자블라니의 일곱 가지 비밀(3)
2010.01.15 17:31:35


#5. 자블라니, 더욱 가벼워졌다?
“공이 가벼워서 그런지 날쌘 느낌이에요.” 포항 스틸러스의 최효진은 자블라니를 몇 번 차보고 나서 이런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날쌘 느낌은 맞지만 공은 절대로 가벼워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비밀은 이렇다. 월드컵 공인구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가 제시하는 7가지 기준을 넘어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무게 테스트’. 경기에 사용되는 공은 모두 동일한 성능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공의 무게도 일정해야 한다. FIFA가 제시한 공의 무게 기준은 420~445g. 자블라니의 경우는 약 440g 정도에 맞춰졌다. 그라운드가 젖어 있어도, 억수 같은 비가 와도 공의 무게는 늘어나지 않는다. FIFA 가이드 라인 중 하나인 ‘수분 흡수력 테스트’에서 자블라니의 수분 흡수율이 0%이기 때문이다. 고열고압 본딩 방식으로 인해 축구공이 완벽한 방수를 실현한 덕택이다.

이 외에도 자블라니는 ‘압력손실 테스트’도 거쳤다. 공에 공기를 팽팽하게 채워 넣은 다음 3일 후에 기압을 측정했지만 손실이 10%를 넘지 않았다. FIFA 기준은 최대 20%다. 축구공을 시속 50km로 2,000번을 차서 공의 기압과 둥근 형태의 변형을 지켜보는 일명 ‘모양 및 사이즈 유지 테스트’에서도 무리 없이 통과했다. 자블라니는 같은 속력으로 3,500회를 차여도 처음과 똑 같은 모양과 사이즈를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공은 경기당 2,000회를 차인다고 한다.

자블라니는 일정한 원주를 유지해야 하는 ‘원주테스트’도 거쳤는데, 10개의 각기 다른 포인트에서 측정한 결과 FIFA가 승인한 68.5~69.5cm를 유지했다. 또, ‘영구 원형유지 테스트’에서도 FIFA보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다. 가장 큰 지름 수치와 가장 작은 지름 수치 사이의 차이를 측정하는 데, 자블라니는 최대 1.0%의 차이만을 허용했다. FIFA기준은 최대 1.5%의 차이. 수치의 차이가 적을수록 완벽한 원형에 가까운 것을 의미한다.
또한, 축구공을 2m 높이에서 철판 위로 10번 떨어뜨리는 ‘리바운드 테스트’도 가뿐히 통과했다. 온도를 달리 했을 공이 튕겨 올랐을 때 가장 높이 튄 지점과 가장 낮게 튄 지점 사이의 차이가 10cm를 넘어서는 안 되는데, 5cm인 것으로 나타났다.



#6. 남아공에서 자블라니 어떻게 차나?
역대 공인구 중 최고의 디자인과 첨단 과학의 결정체임을 자랑하는 자블라니. 필드 플레이어에게는 빠르고 정확한 슈팅을 선사하겠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공을 마음껏 찼다가는 큰 낭패를 당하는 수가 있다. 특히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들에게 그러하다. 샤인펠트 축구 연구소에서 만난 킴 블레어 MIT대 교수(항공우주학)는 “고도가 문제가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요하네스버그처럼 해발고도 2,000m가까이 되는 곳에서는 공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공기 저항을 덜 받는단다. 이는 해발고도가 낮은 곳보다 공이 더욱 빨리 나아가지만 스핀의 효과는 덜 하다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무회전 킥을 구사하는 키커들은 골을 넣을 확률이 높지만, 데이비드 베컴이나 이천수처럼 휘감아 차는 프리킥커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평소보다 자블라니를 더욱 많이 감아 차야 상대 골문을 위협할 수 있다. 과연 2010년 월드컵에서 악조건을 딛고 일어서는 세계 최고의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는 누가 될 것인가. 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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