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칠한 축구화에 숨겨진 속사정은?
2016.05.12 11:04:02


열혈 축구팬이라면 경기장이나 TV 화면에서 검은 펜으로 브랜드 로고를 지운 축구화를 신은 선수들을 보면서 '왜 저럴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애꿎은 축구화에 손을 댔다는 것은 무언가 사연이 있다는 얘기인데. 그 비밀의 해답은 스폰서 계약 중 일종의 '독소 조항'으로 불리는 블랙아웃에 있다. 

블랙아웃이란 자사와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타사 제품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조항이다. 만약 선수가 후원사 이외 업체의 축구화를 신고 A매치 등 공식 경기에 나설 경우 타사 브랜드 로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검은 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데 그 이유는 축구화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블랙아웃에 얽힌 유명한 일화는 지난 2006년 축구화 착용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독일 국가대표팀이다. 그동안 독일축구협회(DFB)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공식 후원 업체인 아디다스사의 축구화를 신도록 권장했다. 이 때문에 대표팀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 모두 아디다스사 제품을 착용해왔고 이는 '아디다스=독일'이라는 이미지 제고에도 커다란 몫을 했다.  

그러나 타사와 개인 스폰서를 체결한 선수들도 대표팀에서는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2006년 8월 17일 스웨덴과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일부 선수들이 경기 보이코트를 선언하는 등 블랙아웃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당시 독일 대표팀에는 미하엘 발락, 루카스 포돌스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등 아디다스와 스폰서십을 체결한 간판선수들도 많았지만 미로슬라프 클로제, 베른트 슈나이더, 옌스 레만 등 나이키 등 타사와 후원 계약을 한 선수들도 다수 포진해 있었다.  

타사의 축구화를 착용하는 이들은 대표팀에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위해 자신들의 축구화를 신을 수 있도록 독일축구협회에 강력히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고 결국 스웨덴전을 앞두고 보이코트를 불사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손을 든 쪽은 독일축구협회였다. 당시 독일축구협회 공동 회장이었던 테오 츠반치거는 "이들의 볼멘소리는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단지 경기력 상승에 기인한 것"이라며 그해 9월 3일에 열린 아일랜드와의 유로 2008 예선 경기부터 개인 의사에 따라 축구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국 국가대표팀도 블랙아웃으로 한 차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나이키측은 2002년 용품 후원 재계약 당시 축구화도 나이키 제품을 사용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이 조항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협회가 나이키측에 위약금을 물기로 명시돼있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들은 계약이 만료되는 2007년말까지 100회가 넘는 위반 사항을 범했고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나이키가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위약금 반환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당시 이와 같은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대한축구협회는 나이키측에 선수들의 축구화에 대한 부분은 계약에서 제외시킨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위와 같은 사례와 달리 대부분의 국가들은 축구화만큼은 선수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고 있다.

실제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소속팀 후원 업체에 의식하지 않고 각자 유명 브랜드와 개인 용품 계약을 함으로써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산소탱크' 박지성의 경우 지난 2007년 6월부터 오는 2019년 5월까지 나이키와 10년간 120억을 받는 파격적인 계약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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